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기 시작할 지 모른다. 과학은 자연선택으로 빚어진 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지적설계에 의해 빚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중에서
저녁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고 나오는 길에 본 조형물입니다. 인간과 로봇의 조화를 나타내는 듯한 데요. 문득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 서문에서 본 위의 글이 생각났어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인간이 유기체로의 존재로 계속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인간은 지금처럼 유기체로의 존재로 남은 채로 새롭게 만들어낸 로봇과 경쟁하거나 인간같아지는 로봇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미래를 생각하기 쉬운데 로봇의 발전은 결국 인간의 비유기체로의 진화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영화말고요.) 던지던 인간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저의 해석 아래에서 느낀 물음이지만 말이죠.) 현재에도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 하기도 하는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온 몸을 기계로 바꾸고 뇌만 남길 수도 있으리란 상상을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뇌만 유기체로서의 신체로 남은 상태가 되면 이는 인간 일까요? 더 나아가 뇌 속의 기억 및 사고 패턴 등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서 전자칩에 담고 뇌마저 없애고 전뇌화해 드디어 유기체로의 신체가 남지 않은 상태라면 인간 일까요? 전뇌화한 데이터가 온라인 상으로 올라가 육신을 벗어던지고 데이터 그 자체가 되었다면 그건 인간일까요? 로봇기술의 발전은 어쩌면 인류의 새로운 진화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우리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면서 말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 진화의 한 모습일런지도요.
따순 저녁밥 잘 먹고 이 무슨 망상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읽기 시작한 책의 서문에서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어쨋든 오늘 본 저 조형물에서 인간과 로봇의 조화가 아닌 인간이 유기체에서 비유기체로의 진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