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보다 더 자식 같은 사람들 1.
농촌에 가면 대도시 보다 심각한 고령화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어디를 가나 노인들만 농사일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 봐야
농사일은 틈틈이 하면서 대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뼈 빠지게 농사 지어봐야 오히려 빚만 늘고 돈이 안 된다는 말씀에는
따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방에는 약봉지가 수북하고 텔레비전도 재방송이나 하고 아니면
젊은 애들이 나와 춤추고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하거나
하루 종일 먹고 놀러 다니는 얘기뿐이다.
겨우살이 준비도 끝나고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추워지면
철새처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친절한 얼굴에 구수한 언변에 노래도 잘 부르는 사람들
가서 구경만 하고 있어도 선물까지 준다.
따뜻한 자리에 앉혀 놓고 어깨도 주물러 주고 등도 두드려주면
물리치료 받는 것보다 열배 백배는 좋다.
젊어서 고생만하고 사셔서 안 아픈 곳이 있겠느냐며
기계도 그 정도 써먹었으면 고장이 나도 열 번은 났다고
어쩌면 내 마음을 그렇게도 잘 아는지 내 속으로 낳은 자식보다
더 살갑게 군다.
노래도 잘 하고 늙은이 손잡고 춤도 잘 추고
재미있게 놀아 주는 사람들이 고맙기도 하고
매일 공짜로 선물 받는 것도 미안하고 염치가 없는데
좋은 물건을 가지고 왔으니 하나만 팔아 달라고 하는데
당연히 팔아주고 싶었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방에 깔면 따뜻하고 연료비도 절감되어 좋다고 하는
매트를 활짝 펴서 보여준다. 전기를 연결하고 조금 지나
손바닥으로 군데군데 짚어보면서 따끈따끈 하니
한숨 자기에 딱 좋다며 누워보시라고 손을 끌어
처음엔 쑥스럽기도 하지만 못 이기는 체 누워보니
세상 부러울 게 없고 온 몸이 풀리며 이에서 더 좋을 수가 없다.
타사 제품은 황토나 옥이나 참숯이나 한 가지만 사용하는데
우리는 기왕 만드는 거 세 가지를 다 넣고 만들어
다른 제품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물건이라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물건이 없어 못 팔정도지만
시골에 계시는 우리 어머니 생각해서 특별히 몇 장 빼 가지고 왔다고
입에 침이 마른다.
그것도 서울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싸게 반값으로 모신다고 하니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세 개를 샀다.
이번 설에 오면 아들딸도 하나씩 주어 보내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 온다.
집에 오니 영감님이 호통을 치신다.
통장에 마늘 팔아 모은 돈 넣으라고 했는데
오히려 있는 돈까지 이렇게 많이 빠져나갔느냐고 다그쳐서
그간의 얘기를 하자 여자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사네 못 사네 엄포를 놓는다.
하도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며느리는 몰라도
내 속으로 난 딸은 내 맘을 알아주겠지 하고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엄마 그런걸 뭐 하러 샀어. 그거 다 사기야.”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 나 모자라는 늙은이라 사기나 당하고 산다.
그런데 너희들이 내 앞에서
노래 한 번 부른 적이 있기를 하니
아니면 춤이라도 한 번 추어준 적이라도 있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