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찾아온 일탈의 충동과 자아의 깨달음은 루카 구아다니노의 두 영화들의 메인 테마다. <아이 엠 러브>(2009)에서 이탈리아 남부 풍경은 너무나도 전형적이다. 모든 것이 전복되는 클라이맥스 이전까지 사랑에 빠진 엠마의 삶은 인형의 삶과도 같이 묘사된다 . 아들 친구 안토니오니와 사랑에 빠진 일탈의 순간 그녀는 스스로를 가두었던 가부장제에서 탈출한다. 의무만 남은 애정없는 부부생활, 레즈비언이 된 딸, 결혼과 물려받은 사업체 경영으로 힘겨워하는 아들. 엠마뿐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들 모두는 각자의 삶에 지쳐있다. 그녀 보다 먼저 일탈을 감행한 이는 그녀의 딸일 것이다. 딸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 따르는 것이며 엠마의 경우도 그러하다. 삶이 전복되는 순간은 엠마의 충동에서 비롯된다. 일탈은 긴박하게 일어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에서 열일곱 소년인 엘리오는 성인이 되기 전 억눌린 시간속에서 권태롭기만 하다. 그의 사랑은 동성애로 발현된다. 일생의 열정적인 사랑을 마주친 그에게 여름은 더 이상 지루하지 않다. 아버지의 보조연구원인 올리버에게 급호감을 느낀 그가 앓는 열병의 원인은 열일곱이라는 나이와 여름이라는 계절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아이 엠 러브>에서 터닝 포인트의 순간 이후 도래하는 것은 음악이다. 결말에서 음악은 생각하기 보다는 대신 몸의 감각을 해방시키고 운명에 당당히 맞서라고 말한다. 클라이맥스의 이 음악은 낙하하는 물처럼 통쾌함을 선사한다. 리듬감 넘치는 음악은 강렬하게 고막을 울리고 긴박한 엠마의 행동, 남편의 얼굴과 그녀를 돕는 하녀의 감격에 찬 몸짓들. 엠마는 탈출을 감행하고 그 순간은 환희의 순간으로 묘사된다. 결말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는 그녀에게 어떤 시선을 취해야할 지 망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