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아이패드 혹은 플라스틱 파일을 들고 두리번 거리는 여자가 있다. 주로 둘이 같이 있다.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
저 멀리 앞만 보며 빠른 걸음으로 직진한다.
얼굴은 최대한 웃음기를 빼고 무표정 혹은 화난 표정으로.
빨리 지나간다.
휴우. 지나갔다.
그 여자가 말을 걸지 않았다.
이제 나의 인상도, 만만찮아 보이는 대한민국의 드센 아줌마가 된 모양이다.
"도를 아십니까?"
이 사람들은 순진해 보이는 뭔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타겟으로 삼는다고 한다.
예전 살던 동네에 광장이 있었는데 그 광장에는 항상 "도를 아십니까?"여자들이 나와 있었다.
주로 어리버리한 남자 대학생 정도 되는 애들이 그 여자들에게 잡혀서 쩔쩔 매며 상대해 주고 있었고 참 곤란해보였다.
"민석아~ 엄마 저기 계시네!"
몇번은 내가 구출해주기도 했지만 항상 누군가는 거기 잡혀 있었다.
도 말고도 무슨 어머니 교회? 그런 것도 있었고.
그 사람들이 아예 말을 못붙이게 하려면 빠른 걸음으로 말을 걸어도 댓구도 않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 인상 팍 쓰고.
"아뇨, 저 관심 없어요."
"저 시간 없어요."
이렇게 말을 섞는 순간 걸려드는 것이다.
설문 조사, 심리 검사, 무슨 후원.
수법은 다양하지만 다 비슷비슷한 곳이다.
"인상이 착해 보이세요.", "얼굴이 선해 보이세요.", "부모님께 덕을 많이 쌓고 있군요.", "타고난 복이 많아 보이세요.", "참 복이 많으세요.", "눈에서 빛이 나네요.", "밝으시네요." "조상의 공덕이 높아 보이세요.", "참 똑똑하고 지적으로 보이세요.", "저는 수도를 해서 잘 아는데 왠지 뭔가 잘 안 풀리고 근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세요.", "참 힘들어 보이세요.", "얼굴을 보니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요?"
용건을 숨기고 말 걸기: "말씀 좀 물을게요.",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기요,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좋은 말씀 들려드릴게요.", "좋은 말씀 한 번 들어 보세요.", 길 좀 물어볼게요
다 무시하고 지나가야 한다.
딸의 입학식 날에 학교 앞 카페에서 두시간 가량 딸을 기다린 적이 있다.
옆자리의 여자가 얼마나 발성이 좋은지 모든 내용이 다 들렸다.
본의 아니게 내용을 엿듣게 되었는데
대학교 1학년 여자애와 그 선배 정도로 보였다.
선배가 그 여자애에게 여러 좋은 조언들을 해주고 심리 상담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경험담도 이야기 해주고 뭐 그런 모습.
그 여자애는 사투리를 쓰고 있었고 그 선배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지은씨는 마음이 참 여린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 관계에서 많이 휘둘리고 힘들어 할 일도 많고......"어쩌고 저쩌고..
마치 상담사처럼 여러 이야기를 해주는 걸 보고 어쩌면 유료 상담을 받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도를 아십니까?" 라고 한다. 남편이.
ㄷㄷ
주로 대학 신입생들을 많이 노린다고 한다.
실제 딸의 수시 면접 장소에도 이 사람들이 몰려왔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애들을 하나씩 잡고 무슨 설문조사를 했다.
이 학교 선배라면서 동아리 이야기를 했다.
난 무슨 합격도 안했는데 벌써 동아리 섭외냐?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딸이 그런다.
도를 아십니까? 라고.. .
선배라고 뻥 치고 전화번호 같은거 받아서 연락하는 수법이라고 한다.
ㅠㅠ
대학생 특히 신입생들이 아직 뭘 잘 몰라서 잘 걸려든다고 하니
이걸 읽어보시고 대학생 애들에게도 읽으라고 보내주시고 하시면 좋을듯 하다.
연애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포교이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단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