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책을 한권 읽었다. 망치로 얻어 맞은 것처럼 아프고 어지럽다. 이 책은 가장 사적인 (여성의) 성을 통해 가장 급진적인 혁명을 이야기한다. 감추고 싶은 가장 사적인 부분을 응시하고 이에 맞는 윤리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권한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회가 제공하는 약을 빨고 자란 생각과 행동들, 그것은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폭력이라 느끼지 못할만큼 단단하게 습관으로 굳어진 생각과 행동들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몸으로 겪어낸 폭력과 불안을 감춤없이 고백한다. 아빠, 교수, 애인, 애인의 부모, 혁명동지, 정신과 의사, 친구, 선배, 무명의 남자들로부터 겪은 성과 관련된 일상의 폭력과 불안들.
폭력을 이미 내재화한 습관적인 삶을 나의 의지로 깰 수 있을까? 작가의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의 남성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같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고, 그 충격을 받아들임으로써 습관의 약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충격이 이 책의 역할인 듯 하다. <붉은선>에 기록된 (여성의) 성과 폭력에 관한 고백은, 부드러운 생살이 나올 때까지 감각을 상실한 굳은 살을 벗겨 내는 예리한 칼과 같다. 받아들이기 고통스럽지만 작가의 고백이 경험 자체이기에 반론 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