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이 되면 어린이집에서는
그 달에 태어난 아이들의 생일잔치를 해준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매달 같은 반 아이의
생일 선물을 챙기는 것은
은근 신경쓰이는 일이다.
1,000 ~ 2,000원 정도의 금액에 맞춰서
선물을 해주라고 안내문에는 쓰여 있지만,
사실 이 금액으로 살만한 선물은
너무 허접하거나
아이가 전혀 안 좋아할 것 같은 것들뿐이었다.
결국 금액 대비 아이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고르는 게 관건이었다.
작년에는 경험이 없어서
어린이집 안내사항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해진 금액 범위내의 선물을 사서
포장도 안한 채로 보내기도 했었다.
첫째녀석의 생일잔치날
친구들에게 받아온 선물을 보니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고개를 들었다.
예쁜 포장은 기본이고
정성스럽게 쓰인 손편지까지 있었다.
상대방 엄마가 내 선물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금액이 좀 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아이가 좋아할만한 걸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인터넷을 쭉 둘러보다가
어린이집 선물용 문구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남자 친구들은 불어펜으로,
여자 친구들은 머리핀세트로 일괄 주문했다.
친구들의 선물을 사는 김에
첫째녀석이 좋아하는 공룡메카드 스티커,
불어펜 그리고 색깔 점토도 같이 샀다.
안 그래도 불어펜은 며칠 전부터
자꾸 갖고 싶다고 얘기하기에
꼭 사줘야지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며칠 전 택배가 도착했고,
첫째녀석에게 선물을 순순히 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장난끼가 발동했다.
첫째녀석의 눈썰미를 믿기에
'첫째녀석이 발견하면 갖고 노는 것이고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찾아내겠지' 라는 생각으로
주방 쪽 과자들 사이에
불어펜을 끼워놓았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첫째녀석은
우연히 그걸 발견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방방 뛰어댔다.
내가 보기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직접 쥐어줬을 때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했을 때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도 갖고 싶은 것을 얻었다는 기쁨과 함께
‘내가 찾아냈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그런게 아닐까 싶다.
어제는 공룡메카드 스티커를
옷 방 선반위에 올려놓고는
선물을 찾아보라고 했다.
선물을 열심히 찾는 척하더니
안보인다고 시무룩해하기에
내가 작은 힌트를 하나 주니
이내 발견하고는 또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첫째녀석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는지
친구들에게도 스티커를 나눠주고 싶다며
포장해 놓은 선물 이곳 저곳에
스티커를 붙여댔다.
잠들기 전 첫째녀석에게
어린이집에 갔다오면 또 선물이 있을 거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첫째녀석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내 잠이 들었다.
첫째녀석이 선물을 찾으며 주변을 살펴보고
찾은 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딘가에 선물(present)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즐거운 상상을 하며
그렇게 자라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선물을 찾으며 즐거워할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책 속의 글귀
눈높이를 달리하면 도처에 숨어있는
행복꾸러미를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의 순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를 지나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쳐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
내 마음 도려낼 것도
애쓸 필요도 없다.
몇 사람은 흘려보내고
또 몇 사람은 주워 담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 괴물은
씩씩하게 무시해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 돌려주며 사는 것만도
충분히 바쁜 인생이다.
- 김재연의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