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사는 지역에서 자라는 토종 과일나무를 찾아가는 답사를 했다. 그것도 화전민 마을로. 이 마을은 백운산 깊은 산중에 있어, 이 곳 지리를 잘 아는 분의 안내가 필요했다.
나는 세 가지쯤에서 기대가 된다. 하나는 우리 지역이라는 것. 아무래도 애정이 더 갈 수밖에. 둘째는 화전민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이다. 말로만 듣던 화전민.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깊은 산중에서 척박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흔적이 궁금했다. 셋째는 여기 이웃들과 두루 함께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답사 팀 말고, 지역 산야초 동아리팀과 마을 공동체 교육팀과 함께 했다.
가는 길은 정말 험악했다. 산 들머리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산길은 거의 사라지고, 바위와 계곡이 가파르다. 들머리에서 거의 두 시간 가량 걸어서야 화전민 마을에 도착했다. 가는 과정에서 들꽃에 대한 공부도 하고, 다래 덩굴의 독특한 모양새를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목이 마르면 계곡 물을 그냥 마셨다.
그렇게 가다가 마을 들머리에서 반갑게 우리를 맞는 건 바로 돌배나무다. 좀 더 나아가니 편편한 곳이 나오고, 그곳에는 머위가 많이 자라고 있다. 살던 집은 사라지고 축대가, 흔적을 말해준다. 안내 선생님 말로는 너 댓 집이 살았단다. 집터 둘레는 감나무, 뽕나무, 밤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다른 여러 나무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기세를 뽐내면서. 새삼 우르르 보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돌배나무. 서너 그루가 보이는 데 한 그루는 정말 멋지다. 높이가 자그마치 15미터쯤 되는 거 같다. 그 꼭대기쯤에는 하얀 배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보통 개량 배나무에 견주어 일찍 피는 셈이다. 나무 아래를 찬찬히 살피니 지난 가을 떨어져, 벌레도 먹고 썩고 있다. 크기는 강원도 인제에서 보았던 돌배보다 작아 보인다. 추측해보자면 이 곳 산골 어딘가에서 자생하는 돌배나무를 이 곳 화전민이 옮겨 심지 않았을까 싶다. 올 가을,열매가 익을 무렵 한 번 더 와야겠다.
마을은 사라지고, 사람을 떠났지만 이 마을 지키는 건 나무들이다. 나무가 주인이다. 그 생명력과 주인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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