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숫자, 상징
여행길에서 나는 관찰자가 된다. 길과 벽, 문의 그림과 숫자를 살피고, 다른 공기를 먹고 자라난 풀과 나무잎들이 내뿜는 빛을 본다. 또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낯선 지하철 노선도와 메뉴판에 적힌 음식 이름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도전의식이 살아나기도 한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은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서 억지로 쥐어짜내야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홍수처럼 범람한다.
도시의 표면에는 수많은 낙서와 그래피티 아트가 수놓아져있다. 누군가 막 완성했을 당시에는 강렬한 색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시선이 멈추었을 때는 비와 바람에 마모되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숫자가 6을 보았다. 나에게 6이라는 숫자는 언제나 흐름에 올라타는 것, 그리고 여행길에 있음을 뜻한다. 양치기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하듯 나는 눈 앞에 도착한 숫자의 안내를 받는다. 3은 시작을 속삭이고 8을 영원을 가리킨다.
냄비가게
자칭 '식기변태'인 미쉘양이 냄비가게에 가고 싶다고 고백했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쉬농소 성의 주방에 걸려 있는 구리재질의 요리도구를 보며 눈을 빛내던 그녀가 아니던가. 미쉘양은 파리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서 쉐프들이 주방도구를 구입할 때 이용한다는 가게를 알아냈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서자 조리도구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은 처음이라는 듯이 주인은 좀 놀란 기색이었다.
연두색 의자
파리의 공원에 가면 ‘아무렇게나 방목되어 있는’ 이 연두색 철제의자를 볼 수 있다. 몸을 비스듬히 기댈 수 있는 버전과, 똑바로 앉을 수 있는 버전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 의자가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의 숫자에 비해 약간 모자라는 느낌이라 눈치껏 의자를 구해야 하지만 평일에는 의자가 충분했다.
우리는 이동 중간 중간에 공원에 잠시 들러 햇볕을 쬐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틈에 섞여 가끔 멍 때리는 시간을 즐겼다.
둥글게 말린 가로등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달팽이처럼 둥글게 말려 있는 가로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가로등의 그림자도!
신문꽂이 막대기
카페에 가면 신문을 꽂아서 걸어놓는 나무 막대기를 발견할 수 있다. 커피가게를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나무 막대기를 구해서 가져왔을 것 같다. 파리에서 가져온 신문을 꽂아서 걸어놓으면 그것 자체로도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도로청소차
아침이 되면 길에 물을 뿌리며 지나가는 초록색 차를 만날 수 있다. 거리 청소와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은데, 심지어 비 오는 날도 물을 뿌리며 다닌다.
앞을 지날 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던 가게
마레 지구 아파트 근처에 있던 레이스 가게인데 안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왜인지 지날 때마다 닫혀있었다.
역시 지날 때마다 닫혀 있었던 예쁜 서점. 다음 파리 여행할 때 우연히 문이 열려있는 이 가게를 발견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아르튀르 랭보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랭보찾기를 했다. 가끔 건물 외벽에도 있었고, 홍차집의 포스터 안에도 숨어있었다. 파리에서 머무는 동안 불어도 모르면서 랭보의 시집 3권을 샀다. 서점 앞을 지날 때마다 문을 밀고 들어가 물었다. “너희 가게에 랭보 시집 있니?”
파리의 밤 산책
운이 좋게도 묵었던 아파트에서 두 블록만 걸으면 바로 센 강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센 강에 떨어지는 노을을 본 후 마레 지구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센 강의 야경을 보러 나갔다.
핑크색 에펠 탑
솔직히 에펠 탑을 기대하지 않았다. 티브이나 영화에서 수없이 보았던 에펠 탑이지만, 막상 거대한 구조물 앞에 서니 묘한 감동이 일어났다. 또 한가지, 실제 에펠탑은 연한 핑크색! 우아한 아치의 곡선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다워서 마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여인 같았다.
에펠 탑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는 마르스 광장보다는 사이요궁 쪽이다. 밤이 되면 한 시간에 한 번씩 레이저 쇼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려고 유리잔과 와인을 준비해 놓고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다음에 파리에 올 때 에펠 탑 보면서 와인 마시기,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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