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데?"
"응, 오늘 노을 정말 이쁘겠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꼭 하는 일이 생겼다.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한다. 허리를 뒤로 젖혀 최대한 늘린다. 허리를 양옆으로 숙이고 팔을 쭉 뻗는다. 목을 앞뒤로 젖힌 후 세 바퀴 정도 천천히 머리를 돌린다.
"촥~"소리와 함께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관찰한다.
뭉게구름이 많은 하늘, 솜사탕처럼 흐트러지는 옅은 구름이 듬성듬성 떠 있는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 혹은 비가 올듯이 우중충한 회색 하늘.
세세히 파고들자면 더 많은 종류의 하늘이 있겠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다. 하얀 구름으로 가려지지 않고 온전히 푸르른 아니 새파란 하늘. 멍하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랄까.
인도에서 하늘은 유독 구름이 적었다. 징하게 맑은 날들. 햇볕의 따가움에 눈살을 조금 찌푸리기도 했다. 해변가 근처 카페에 앉아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저녁 5시가 지날 무렵부터 하늘이 점점 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해와 수평선이 가깝게 맞닿아 가고 하늘은 이제 붉은색으로 물 들어간다. 해의 빛무리들이 바다에 비춰 반사되며 기가 막힌 모습을 만들어낸다.
'크으.. 이 맛에 노을을 보는 거지!'
카페 밖으로 달려나가 사진기에 노을을 담아본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카메라에 담기지가 않는다.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보지만 진짜 그 순간은 눈을 통해 내 마음속에만 저장된다.
수평선 뒤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에 남은 과일 주스만 쭈욱 빨아버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 있을 때는 노을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을을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좋다 나쁘다를 말할 기준이 아니었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가고 퇴근을 할 때도 지하철을 탔다. 하늘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천천히 하늘을 감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늘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 것 같다. 내 시간을 내가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러닝 머신 위에서 앞만 보며 달려가다 멈추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을 떠나자 진짜 '현실'이 내 품에 들어왔다.
여행지 정보
● Varkala Beach, 케랄라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