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면 더 바쁘다는 말의 의미가 오늘따라 크게 다가옵니다.
원래는 어제 토요일에 집에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일거리를 끌고 집으로 왔습니다.
휴일이라고 해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집에도 못 가고 휴일을
도둑맞은 느낌입니다.
제가 혼자 떨어져 살고 있으니 먹는 것 입는 것 걱정이 되셔서
전화만 하면 첫 마디가 “밥 먹었니?”입니다.
지난 금요일이 초복이니 집에 와서 삼계탕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셔서 약속을 했지만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합니다.
흔히 밥 먹었느냐는 인사는 가난한 시절 한 끼 식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던 시절에 하던 인사를 지금도 그대로 하시는 걸
보면 어머니는 제 밥에 대해 마음을 놓지 못하고 계십니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 근교 수도권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시는데
부모님들도 식사 중에 몇 번이나 일어나시고 편히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뵌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에게는 밥 잘 먹고
다니라고 당부를 하십니다.
작년부터 위수지역이 해제되고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셔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 핑계로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수
있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막상 집에 가면 따뜻한 말씀도
못 해드리고 잠만 자다 오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에서는 제 몫을 해야 하기에 매 순간 최대한의 노력을
하게 되고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긴장합니다. 친구들과도 웬만한
일에는 양보하고 거절 못하는 편이라 제 주위에는 친구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호의는 바쁘다는 핑계로 별로 망설이지 않고 거절 하게 됩니다.
어느 날 보게 된 어머니 핸드폰에는 내 번호가 첫 번째인데
아직 밥걱정이나 시켜 드리는 우리 부모님은 내 삶에서 몇 번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