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굴욕스러운 일은 말이지, 먹고 사는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 난 돈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멸감밖에 들지 않네. 그런 자들은 위선자가 아니면 바보야. 돈이란 제 육감과 같아. 그게 없이는 다른 오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지. 적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생의 가능성 가운데 절반은 막혀버리네. 딱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한푼 벌면 한푼 이상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예술가에겐 가난이 제일 좋은 채찍이 된다는 말들을 하잖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가난의 쓰라림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천하게 만드는지 몰라. 사람을 끝없이 비굴하게 만드네. 사람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암처럼 사람의 영혼을 좀먹어 들어가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너그럽고 솔직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말이야,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예술하는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을 자기 예술에만 의존한다면 그런 사람을 정말 가련하게 보네.
얼마 전에 팟캐스트를 듣는 도중 시인이 되고 싶다는 청취자의 사연이 있었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시인 오은은 전업시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것이며,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 배경 하에 시를 써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문학을 삶의 목표로 하고 있으니 문학 쪽 직업을 가지면서 시를 같이 쓰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예전의 시인들은 시대의 가난을 노래하였지, 자신의 가난을 노래한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현실적이고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