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세달 간, 토요일마다 쌓여있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을 했던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토요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기를 쓰고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끝내놓고 와서 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 맥주 한캔에 취해 불도 끄지 못하고 일어나니 오전 9시. 매일 불안에 떨며 잠들었던과 달리 오늘은 꿈한번 꾸지 않고 푹 잤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보니 벌써 오후 12시. 오늘도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니 이제 슬슬 움직여야했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요즘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삐걱거려서 집 근처 한의원에 갔다. 증상이 있을 땐 매일 방문하라고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벌서 한달 전, 한달 동안 한의원 갈 1시간조차 내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았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침을 맞고 칼국수를 먹고 들어와 드디어 일을 시작했다. 평소 주의가 산만해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해 뭔가 틀어 놓고 일을 한다. 팟캐스트를 듣든 드라마를 보든 말이다. 요즘은 드라마 '미생'을 보고있다. 평소 바둑을 아주 조금 둘 줄 알고 웹툰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본 방송 때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다.
그땐 그저 재미로 봤었는데, 취업하고 일을 하고 있는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다시 보니 공감도 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장그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 구석이 서글퍼진다. 나도 다를게 없기에...
드라마를 보며 여유롭게 커피 한잔. 커피믹스를 대량으로 사뒀는데 정작 집에선 별로 마신 적이 없었다. 커피포트 위에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 순식간에 끓여 예전에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뉴욕 3부작 잔에 따라 마셨다. 커피믹스를 타먹기 딱 좋은 잔이다. 에어컨을 청소하고 나니 한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호사도 부릴 수 있어 참 좋다.
정신없이 있다보니 벌서 오후 7시. 아직도 할 일은 쌓여있지만 후배가 하는 공연을 보러가야한다. 밀린 일에 마음 한켠이 무겁지만 아직 일요일이 남았으니 남은 주말 하루는 맘 편히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