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각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년전 내 심리상태부터 먼저 고백해야겠다. 그 때 나는 투기꾼이었다. 투기꾼들은 주기적으로 '돈'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전설의 영웅 제시 리버모어도 말년에 비탄에 잠겨 자살했을 정도이니 나 같은 하수가 심리적 공황에 자주 빠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실제로 돈뭉치가 내 주머니에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것도 아닌데 꼭 죽을것 같은 맛이다. 수익 확정, 손실 확정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숫자의 색깔만 바뀌는 것이라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 당시에는 악재가 연이어 나오는 바람에 장기와 단기계좌를 가리지 않고 잔고는 평균 -30%에서 -40%를 찍고 있었다.
두려움에 잠식되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데다가 부모님의 돈까지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돈을 다 잃게 된다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삼광사라는 절이었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그곳은 서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교보문고에 앉아서 검색한 제일 가까운 절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을 담아서 절을 했다. 대웅전 안에는 심청전에서나 들어보았던 '공양미'가 쌓여있었고, 현금을 불전함에 넣으면 해당 금액에 맞는 쌀을 부처님께 올릴 수 있었다. 옆에는 작은 노트가 있었는데 소원을 적는 용도인 것 같았다.
볼펜을 집어들었다. 본능적으로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적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마주하고 보니 더 비참해지는 것이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내 심장을 송두리째 쥐락펴락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소원을 적는 빈 칸에다가 '깨달음'이라고 적었다. 이번 하락장에 부처님의 지혜 한 조각만이라도 얻으면 정말 다 잃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던졌다.
절을 했다. 절을 하면서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울었다. 그렇게 정직하게 울어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깜깜한 밤에 절에서 내려왔다.
그날 밤 머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잠들 때 천장에 떠 있는 은색의 빛을 보았다. 빛은 지름 1미터 정도의 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걸 만지고 싶어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빛은 손을 통과해서 돌았다. 그 때 고흐의 그림이 이해가 되었다. 고흐의 붓자국이 만들던 패턴은 그가 직접 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고흐처럼 뇌가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파도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닷가에 서 있었다. 천장에 떠 있던 빛들이 이제 파도의 포말 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빛을 보면서 걸었다. 갑자기 군중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우뢰같은 소리가 사람들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변은 수 십만명의 인파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모던한 옷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기쁨에 취해 있어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어보였다.
군중의 시선은 수평선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를, 어떤 굉장한 것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나라의 왕일까? 아니면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일까. 나는 구경꾼들 틈에 끼어서 같이 기다렸다.
수평선 끝에서 범선의 돛이 보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푸른 하늘에서 백마 여섯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내려왔다. 마차가 내뿜는 광채가 강렬해서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었다.
그들은 아름답고 성별이 모호한 4명의 거대한 신이었다.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머리카락과 눈썹은 금빛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과 닿고 싶어서 손을 최대한 뻗었다. 마차는 군중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나도 손을 뻗고 싶었다. 그러나 '저렇게 아름답고 위대한 신이 나같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며 뒤로 물러나려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손짓을 하는게 아닌가.
'서... 설마 나요?'
마음속으로 물었는데 그 혹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닿고 싶어요.'
그제서야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더니 손이 다가왔다. 희고 긴 손이 날 마차에 태웠다.
Rucid Dream
Rucid Dream - 1. 빛나면서 감추고 있는 것
Rucid Dream - 2. 올로이드는 꿈의 안내자
Rucid Dream - 3. 신들의 고향
Rucid Dream - 4. 베일은 벗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