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길고양이>
-1화 -
A의 출근길은 누구보다 분주하다.
우선 차도의 금은 절대 밟지 않아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반드시 흰선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횡단보도의 거리가 긴곳은 A에겐 고행과도 같다.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재빠르게 움직여야만 민망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빨간불이 중간지점에서 바뀌는 바람에 운전자들로부터 실컷 욕을 얻어 먹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A는 모든 흰선을 다 밝고서야 고행을 끝마쳤다. 최근에는 뱃살도 늘어 횡단보도를 지날때면 더욱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사무실 책상은 점호시간의 군대 내무반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정확하게 선을 맞춘 서류와 반드시 같은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업무용 볼펜,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어떤 서류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4의 숫자가 들어가면 반드시 그 문서안에는 억지스럽게 지어내서라도 7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A도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해서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질문검사 결과를 보았을때 결벽증에 가깝습니다. 아, 강박증세도 조금 있구요!"
"아..그러면 증상이..."
"우선 3주동안 약처방을 내려드릴게요! 드셔보시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병원에 다시 내원해주세요."
"아...그럼 약을 계속..."
"약은 시간 맞춰서 꼬박꼬박 드셔야됩니다. 임의적으로 거르시거나 약복용을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주치의는 A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진단 내리기에 급급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불독같이 생긴 주치의는 마치 차의 연료를 주입하는 차정비사를 연상케했다.
A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 내렸다.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원장실 문고리까지 잡은 A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주치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저..저기 그럼 제가 비정상인거죠?"
차트를 기입하기 위해 타이핑에 몰두하던 주치의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봐야죠! 정상의 범주에 많이 벗어나 있으니까요."
병원에서 A가 느낀 분명한 사실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었다.
A는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계속 생각에 빠져들었다.
정상의 범주, 정상의 범주, 정상의 범주...
정상은 대체 무엇일까?
A가 문뜩 걸음을 멈춰서는 찰나 차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생명체와 눈을 마주쳤다.
지레 A를 보고 겁을 먹고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생명체는 바로 길고양이였다.
A의 기억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 겨울이 만연한 지금의 날씨에 차 범퍼 아래만큼 추위를 피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따로 없었을 것이다. 녀석은 A를 피해 아파트 건물 구석 진 곳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길고양이가 몸을 숨긴 곳 근처에는 오랫동안 비어있는 빈 그릇이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녀석에게 간간이 밥을 주다가 어디론가 급히 이사를 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녀석은 이미 떠나버린 이름모를 집사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A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경계하던 길고양이가 떠나질 않았다.
다음 날 퇴근길에 A는 길고양이가 몸을 숨겼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