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이유를 모른다는
죄책감이 목을 죄는 어느 밤에
돈이 뭐라고 제대로 틀지도 못하는
보일러 탓에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소리를 질렀다
도시는 개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서
내가 내지른 소리는 망설임 없이 부서진다
살아있음의 증명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사람 하나 들어가는 이 작은 방에
죽어가는 중인가, 살아가는 중인가
태양이 뜨는 아침에
숨이 끊어지는 삶이 무수하게 많은데
나는 아침에 살아있을까
두려워 이불로 어깻죽지를 감싸고
방 안을 둘러보면
표지가 닳은 책 몇 권
배터리가 고장 난 노트북 하나
검게 때 묻은 회색 가방 하나
목에 하얗게 때가 탄 검은 패딩 하나
끈 풀린 헤진 갈색 작업화 하나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내 삶은 보잘것없었다고 할 테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집주인 아주머니는 욕이나 할 테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오후에는 모두가 잊을 것이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오후에는 이미 잊혔을 것이다
오후에는
이미 잊혔을 것이다
시의 내용이 무거운 탓에 댓글에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여 적습니다.
이 시는 저와는 무관한, 어느 고된 삶에 대해 생각해본 것을 쓴 것으로
저에 대한 걱정 없이 시 자체로 읽어주시고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부족한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