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종일토록 바람에 떠밀리던
구름조각을 덮고
녹아내린 눈이나 삼키는
바닥까지 드러난 개울 복판에 서서
지동설을 가르치던
현자의 등장을 기다리기엔
이미 날갯짓을 아는 두루미에겐
더 이상 기다림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바랄 것이라곤
이제껏 눈에 밟히는 잔설에
헤식게 오지랖을 연 해토머리 보리밭이랑
겨우 메밀죽정이 만한 씀바귀
언 땅 깊숙이 동냥젖 한 모금에
욱신거리는 서릿발을 딛고
댑바람 휘돌아 간 지평
소생의 깃발을 꽂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