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같은 말을 듣고 이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면 예의가 아니겠지요. 중훈님은 착잡한 심정으로 말씀하셨지만, 저에게는 정말 큰 영광입니다. 그럼 부탁하신 문제에 관해 제 생각을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너그로워진 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저는 초성체를 꺼렸습니다. 내가 쓰는 것만 꺼리지, 남이 쓰는걸 크게 싫어하진 않았던게 그나마 다행이었을까요? 당시의 초성체라 해봐야 'ㅎㅎ', 'ㅋㅋ'가 대부분이었는데 그거마저 꺼렸다는걸 생각하면 정말 보수적인 인간이었군요. 사실 아직도 온라인 상에 만연한 줄임말, 초성 유행어들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이러한 유행어들은 은어의 연장선에 있으며 은어는 그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이들을 배척하는 폐쇄성을 지닙니다. 중훈님이 느끼신 불쾌감이 아마 이런 면에서 근거했을겁니다.
은어에는 장점도 있습니다. 해당 은어를 공유하는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친밀감을 줍니다. 친구 간의 별명이 그 예 중 하나입니다. 저와 자주 만나는 친구들은 통용되는 별칭이 정말 많습니다. 보통 4~5개의 별칭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맞게 불립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기에 일시적인 별칭은 더욱 많습니다. 사전에 협의하지 않아도,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공유하는 부분이 너무 크기에 쉽게 알아듣습니다. 소유물에도 별칭이 붙곤 합니다. 집에도 별칭이 있고, 차에도 별칭이 있고, '특정 행동을 하는 순간의 누구'를 지칭하는 표현까지도 있습니다.
이런 집단 내 은어는 폐쇄성을 지닌다고 설명드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집단에는 20년지기도 있고 최근에 친해진 친구도 있습니다. 금방 새로운 별명을 얻고, 기존에 있던 별명을 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다른 친구에게 새로운 별칭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마음만 맞는다면 술잔을 기울이며 에피소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아, 얘가 ~
하면서 설명하면 금새 역사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중훈님과 조카분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중훈님의 조카는 중훈님과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중훈님이 몸 담고 계신 엔지니어링에서 사용되는 은어 혹은 전문용어를 조카분과의 대화에서 부연설명 없이 무작정 사용하지 않듯 조카도 중훈님이 이해하시지 못 할 그런 유행어를 늘어놓지 않아야합니다. 특히 줄임말과 같은 신조어는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있기에 의사전달에 필수적인 표현도 아닙니다. 아무런 배경설명 없는 은어는 그저 소외감을 줄 뿐입니다. 특히나 인터넷 은어들이 비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용어가 많은만큼 더욱 불쾌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카가 삼촌을 대하는 태도로 옳지 않습니다. 중훈님도 친구들끼리 이놈, 저놈 하실 때가 있을겁니다.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그렇게 부를 때가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주십시오. 하지만 그런 표현을 친구의 부모님 앞에서 하는건 예의가 아닙니다. 이처럼 상대에 따라서 예의에 맞는 표현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응, 니 애미~'와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이러한 비하의 의미를 품은 유행어에서 불쾌함을 느끼는건 '꼰대'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청소년 문화에 대한 제동과 훈육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굳이 저를 지목해서 현상의 설명을 요구하셨는데 부족한 글이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