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언저리를 맴돌며 어떤 경지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그 경지라는 것이, 기계처럼 탁구를 친다거나 묘기하듯 공을 다루어서 보는 이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종류의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나의 생각과 감흥을 얼마나 그 원형 내지 본질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가가 경지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면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과 감정의 원형을, 글로 표현하고 바깥 세계에서 복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벼리는 일도 경지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경지에 오르면 모두의 박수를 받게 될까. "그 문장을 보고 감탄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내 글을 가슴에 대고 비비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로 오를 수 있는 경지의 무상함이고, 또한 신비다.
글쓰기가 등수를 정해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좋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천의무봉의 글에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 있고, 반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장으로 쓴 글에 감흥을 느끼며 젖어들 수도 있다.
결국 '글쓰기의 경지'라는 것은, 이 정도 실력이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겠지 하고 재는 가늠자가 아니다. 그런 건 스포츠나 기술적인 영역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글쓰기로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아무도 아닐 수도, 모든 사람일수도 있다.
글쓰기의 경지는 단지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내가 본 풀꽃의 미세한 떨림을 글이라는 진동판으로 전달하여 독자로 하여금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할 확률, 내가 잡은 손의 온기를 글이라는 전도판으로 전달하여 독자의 심장을 태워버릴 확률, 세상의 약하고 사소하기 짝이 없는 것의 소리를 글이라는 귓속말로 전달하여 독자의 고막을 터뜨릴 확률. 그런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번째 독자인 나 자신이 내 글과 사랑에 빠질 확률을 높이는 일.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경지란 그런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고,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
오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경지를 향해 나아간다, 고 믿으며 그렇게 글쓰기의 언저리를 배회한다.
P.S.
지난 주, 오키나와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 탓에 스티밋도 한 열흘은 푹 쉬었네요. 오키나와에 가서 느낀 상념들 천천히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그간 써 놓은 글들도 차례로 올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