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부끄럽게 했고, 또 따뜻하게 만들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유
얼마 전 연예부 기자들이 나와서 연예인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아이유에 대한 얘기를 했나보다. 많은 sns와 블로그에 아이유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연기와 음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아이유는 몸값을 대폭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을 받지 않기로 했고, 그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 건 파격적이다. 아이유는 자신과 일하는 40여명 스텝들의 고용 안정과 월급 인상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아이유를 보면서, 아이유는 성공해서 특별해진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영역에서나 주목을 받고 인기가 높아진 사람은 존재한다. 그 영역이 아주 작은 동호회일수도 있고, 연예계 같은 큰 영역일 수도 있다. 일이 잘 풀리고 인기가 높아졌을 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다 같지 않다.
아이유처럼 자신이 잘 될수록 주변을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내 특권 의식에 젖어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사람이 있다. 많은 이들이 후자의 길을 가기 때문에 아이유가 더 특별한 것이다.
사진 출처: 세계일보 기사, '아이유가 재계약 조건으로 회사에 요구한 것은?'
어느 영역에서 성공했다면, 일이 잘 풀린다면, 자신의 능력만으로 된 것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성공 뒤에는 그의 능력이 잘 발현될 수 있었던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토양은 수많은 사람들의 만들고 다져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성공 스토리는, ‘무엇을 성취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삶을 살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아이유는 진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궁극의 소망은 ‘진짜 성공 스토리를 쓰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족냉증에 걸려 팔 다리는 차가워지더라도, 가슴만은 따뜻한 어른들을 닮고 싶다. 목사님이 예배 중에 말씀하신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주변엔 작은 감투 하나를 쓰고도 자신이 대단한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겸손한 분들은, 평생을 헌신하신 선교사님들입니다. 나이 70-80세에도, 새파란 후배 앞에서 겸허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성취를 이룬다면, 내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내가 지향하는 나와 지금의 내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보면 조금 아득하다. 1학년 아이가 받아쓰기 하듯, 마음에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받아써 본다. ‘겸.허.’
전이수
낮에 우연히 ‘영재 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10살짜리 꼬마동화책 작가 ‘전이수’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아이는 이제 열 살인데, 4번째 그림책을 출판했다. 그림의 상상력은 끝없이 열려 있었고 아이의 것이라고 여길 만큼의 미숙한 데가 없었다. 아이는 마음속에 장면과 이야기가 떠오르면 거침없이 선을 그어나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웬만한 어른들도 갖기 힘든, 사람 사이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함이 있었다.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범위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사진 출처 : <영재 발굴단> 영상 캡쳐
이 작품 속 곰은 두 발이 없다. 곰의 소원은 발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곰은 바닥에 발을 그리고 있다.
4남매의 장남인 이수군은 동생들을 어른처럼 돌봐주었다. 행동하는 모습에 아이 특유의 이기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막내 여동생이 특수학교를 다니는데, 이수군은 매일 아침 여동생의 등굣길을 동행하며 차에선 노래도 불러주고 건물 앞까지 바래다준다.
이수군은 빈 캔버스에 대담한 선을 긋기 시작했다. 하루 꼬박 걸려 <엄마의 마음>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그 그림은 길 위에 두 사람이 보이는데, 한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멀찍이 앞서 걷고 있는 눈 먼 아들이고, 또 한 사람은 그걸 지켜보며 뒤에서 따라가는 엄마이다. 동생을 데려다주며 특수학교에서 직접 봤던 풍경이라고 했다. 그 그림을 보고 이수군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눈물을 보였다.
사진 출처 : <영재 발굴단> 영상 캡쳐
“유정이가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어떤 엄마가 형을 들어가라고 하고서 한참을 뒤에서 바라보더라고요. 그 형은 시각 장애인이어서 지팡이를 바닥에 툭툭 치면서 가더라고요. 학교가 아니라 그 형 혼자서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인품이, 세상을 보는 관심과 배려가 녹아 있는 작품들. 그것도 성숙한 어른의 방식이 아니라 아이의 동심이 깃든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더욱 매혹적인 작품들이었다. 그 아이가 계속 어떤 작품을 그릴지 기대가 된다.
실력을 갖춘 사람은 세상에 많다. 인품을 갖춘 사람들도 주변에 많다. 하지만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따뜻한 인품까지 동시에 가진 사람의 비율은 훅 떨어진다. 오늘 아이유, 전이수 어린이 두 사람을 보면서 내 안에 찌꺼기처럼 붙어 있는 자만과 이기심을 발견하곤 부끄러웠다. 뭘 이룰까보다, 어떻게 나이 먹어갈까를 더 생각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