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Mar. 2018, Nexus 5x
우리는 언제부턴가 자연물이 이루는 조형의 미 대신에 도시가 이루는 인공적인 조형에 대한 아름다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자연이 '거기 그대로 있음'을 통해 은은한 풍광을 드러낸다면, 철골과 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나에게는 좀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흡사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해도, 웅장하게 지어놓아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듯, 채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차갑고 거대하고 기계적인 것들에 어떠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것인지,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겠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인간적이라 일컫는 것들 (감정, 마음, 인간성 같은 것)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의 손과 손으로 만든 도구를 통해 이러한 조형물을 완성해나가고 감상한다는 사실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 상 복잡한 구조를 탐색해나가는 것을 좋아하며, 숨어있는 구조를 발견할 때에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이러한 구조를 탐색해가는 것은 인간적인 것인가 아니면 비인간적인 것인가 - 사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이냐부터 정의를 해야하겠지만, 쉽사리 답하기는 어렵다.
도시의 건축물은 과연 비정한 것인가. 건축물의 재료가 가진 특성에 우리가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닌가. 아프리카 사막에 쌓아올려진 개미집과 인간이 올려놓은 건물 사이에는 무엇이 그리 다르단 말인가. 석양이 그림자를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