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생각이 많아졌다. 한 번은 군대에서 상관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 : "중위님, 중위님은 지나가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를 봤습니다. 근데 그 여자를 구해주려고 가니까, 그 여자가 자기를 구해주지 말랍니다. 자기가 받을 보복이 더 싫다고 그냥 갈 길 가랍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 그 여자의 상황을 잘 모르니까 존중해주는 방향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보기 싫어도 봐야하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의 '선'을 위해 사니까, 그 여자도 그게 자신한테 최선의 '선' 이라고 판단했을지도."
소대장 : "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물론 너처럼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성폭행이라는 건 상대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야. 상대의 자유를 강제로 빼앗으면서까지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고 한다면 그건 별로 옳지 못한 행동인 거야. 그렇지만, 여자가 구해주는 걸 받기를 거부한다면 나도 고민을 할 것 같긴 해."
나 : "그렇지 않습니까? 흠.. 저는 무엇이 옳은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가 뭐고 그런거 말입니다. 사실, 그 여자를 구해주고 나서는 그 행동에 의미를 두어 제 가치를 실현하면 되긴 한데 말입니다. 그 이후에 그 여자분이 자신이 원한 게 아니라고 저를 원망하고 탓한다면 그 행동은 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만으로 그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대장 : "그렇기도 하지. 그렇지만, 사회에서는 그런 행동들을 처벌하잖아. 그러니까 니가 도와줘도 그 여자에게는 도움이 안되었을 지는 몰라도, 그 사건을 통해 사회한테는 도움을 줄 수 있었을걸. 난 이렇게 생각해. 그 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건 사회에서 용납하지 못할 일이고,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못 지나가겠다. 그래서 난 너를 구할 거야. 하고 구하는 것도 옳은 일이고, 그 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눈물을 흘리며 뒤 돌아서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여기서부터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지향하느냐. '신념' 의 차이야. 어떤 것이 틀렸다고 비난하면 안돼. 그냥 그런거니까."
난 이 대화에서 내 인생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난 이때까지 상대를 위하고 나를 위한 게, 존중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런데, 무엇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행동들이 상대를 위하고 나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경험과 판단이 어리석었던 것이다.
나는 위의 여자를 구할 것이다. 설상, 그 여성이 나를 원망하고 탓한다고 해도 내가 책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내 상상 속의 그 여성을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그 여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는 길이라고.
스팀잇에서 연일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은 쓸모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뷰징을 하든 남 눈치 봐가며 남의 자유보다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도 말이다. 궁극적으로 그러한 행동은 스팀잇에 해가 된다고 믿기에, 우리의 스팀잇이 황폐화 된다면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난 그런 삶을 지향하지 않을 뿐이다. 현실에서든 스팀잇에서든. 그저 그런 사람들도 존중해야한다고 믿고 싶다. 배려해야한다고. 그저 합의가 필요하고 그 합의를 위해 조화롭게 살아가야한다고 믿고 싶다. 무엇이 최선인가, 무엇이 상대와 나를 위한 이득인가를 생각해야한다. 깨어있어야 한다. 오늘 아침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