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란 읽어주는 이가
바쁘게 살아서 마음에 쌓아 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대신 끌어내서 백지 위의 링에 올려
치열하게 맞서고 피 터지게 싸워서
시원하게 이겨내서 시를 보는 이의
쌓아 둔 감정들을 씻어내 주는 것
그런데 나, 지난 시에 많이 아팠는지
겁먹고 요즈음 몸을 사리고 있어
시다운 시를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링을 떠나야 하는 걸까 하고 있는데.......
모두 제 갈 길 가느라 바쁜 출근 길
버스 차창을 두드리다 흘러내리는
저 비가, 이른 아침의 비가
나도 아픈데, 힘든데, 링 위가 무서운데,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며 마음에 쌓아 둔
비겁한 시인의 서글픔을 씻어내 줍니다.
오늘 시는 그래서 저 비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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