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인가 학교에 고양이가 살게 되었어요.
몇 년 전이었는가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던 녀석이었습니다. 마치 강아지인 마냥 손을 내밀면 다가오는 아이였죠. 학생들도 그런 녀석의 애교가 싫지 않은지 매점 앞에서 만나면 먹고 있던 것을 나눠주곤 했답니다. 가끔은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로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게 했지요. 그럼에도 교사입장에서도 그 녀석이 얄밉지는 않았습니다.
그 고양이는 꼬리가 마치 피카츄처럼 찌그러져 있었죠. 아마도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흔적인 거 같았어요. 사실 그런 괴롭힘을 할 생명체는 사람 밖엔 없겠죠, 그런데도 그 녀석은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고 사람의 손길을 즐기니 참 대단한 아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학교 건물 1층 바닥 아래에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에 환기가 되도록 해 놓은 환기구 한 곳의 철망이 소실된 곳이 있는데 어느 순간 그 고양이는 그 곳을 자기집 현관으로 하여 1층 바닥 아래 공간을 집으로 이용하는 거 같았어요. 분명 주무관님들도 그렇고 여러 선생님들도 그렇고 그 곳에 그 녀석이 살림을 차렸음을 알았을 텐데도 그 환기구를 철망으로 막지 않았어요. 마치 그 녀석이 그 곳에 자리잡고 우리 학교의 일원이 됨을 인정하는 듯이요.
그러던 어느 순간 그 녀석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어요. 암컷이 었던 녀석이 임신을 한 것이지요. 그렇게 새끼를 낳고 쪼그만한 세마리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다녔어요. 한 마리는 그 아이처럼 노란 고양이이고 다른 두 마리는 얼룩덜룩한 아이들이었죠. 그 고양이들 모두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기에 학생들의 귀여움(어쩌면 괴롭힘일지도)을 받으며 생활했죠.
그렇게 마치 학교 구성원 중 하나처럼 사람을 따르며 함께 지내던 그 고양이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 녀석의 새끼로 짐작되는 고양이들만 간혹 보였지요. 근데 늘 사람을 겁내지 않던 그 고양이 가족들이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도망을 갑니다. 그로 미뤄 짐작해 봐서 그 노란 고양이가 사람에 의해 일을 당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됩니다.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도망갑니다. "냐옹"하고 부르니 뒤를 돌아보네요.
바로 저 구멍이 '고양이들의 집' 현관입니다. 여전히 막아두지 않았고 여전히 고양이들은 저곳을 집처럼 이용하고 있지요.
집으로 들어가려던 녀석이 집 입구 앞에서 멈추더니 저 자세로 저를 바라보네요.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걸까요? 근데 녀석 모습이 앞서 말한 그 노란 고양이와 너무 흡사합니다. 분명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고양이는 말이 없네요. 저는 그만 갈길을 갑니다.
오늘은 무슨 특별한 날인지 또 다른 고양이를 만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리오라고 했더니...
쪼로록 도망갑니다. 제가 무섭게 생긴 걸까요? 사람이 무서워진 걸까요?
두번째 고양이가 도망간 곳을 지나치는 데 문득 옆을 보니 한 마리 더 있네요! 오늘은 세 형제(혹은 자매, 남매) 고양이를 다 만나게 되는 날인가 봅니다.
조금 더 다가오면 도망갈테니 그냥 가던 길 가라는 눈빛이군요. 그래서 '안녕' 하며 그냥 손만 흔들어 주고 돌아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오면 긴장하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고양이들이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부디 저 고양이들이 계속 우리 학교에서 무사히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가끔 길을 걷다 햇볕에 발라당 누워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동차 아래에서 삐죽 얼굴을 내미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아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