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요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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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코스로써 영화는 권태기를 겪는 연인들의 지루한 일정 중 하나로 수식된다. 그러나 나는 매번 그 말에 의문을 품었다. 영화를 보고도 지루하다고 말하는 상황은, 극히 재미없는 영화를 제외하고는 그 영화를 보고 한두 시간을 떠들 수 없는 사람과 있어서는 아닐까? 그래서 취향이 잘 맞는 연인이 생겼을 때 얼마나 다채로운 얘깃거리가 나올지 설렜다. 하지만 연인은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그 면에 꽤 실망하리라는, 어쩌면 서운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를 만나면 영화가 생각나지 않았다. 영화사에 몸 담고 싶어 할 정도로 영화 바라기인 내가. 그럴리 없다고 고개를 저으며 왓챠를 켰다. 그리곤 연인끼리 보면 좋다는 영화들은 홀로 모두 봤으므로 고르고 고르다 <비포 선라이즈>를 찜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연인을 만나 노트북을 펼치고 영화를 틀자마자, 닫았다. 카페는 시끄럽지도 않았고, 손님 없이 한적했음에도. 그저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볼 시간에, 이 사람의 얼굴을 더 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오글거리는 마음.
재작년 소설 수업에서 작가님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해외 여행지를 갔을 때 불현듯 떠오른 영감에 일주일 내내 숙소에서 집필만 한 적 있었다고. 물론 작품이 완성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는 했으나, 구상은 메모만 하면 되었지, 긴 여행기간도 아니었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고. 아마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마음가짐이 아닐지 정의했다.
함께 책을 읽는 것도,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아직은 연애 초입일뿐더러 앞으로 취업과 등단 준비에 서로의 얼굴을 볼 시간이 적으니 점차 희소해질 그 시간, 홀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잠시 미뤄두고 싶은 게 아닐까. 신기한 것은 영화를 억지로 미룬다는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에 관한 나의 흥미도가 줄어버렸나 싶었지만 다시 혼자 있을 시간이 생기니 이런저런 영화를 보고, 보고 싶은 영화를 잔뜩 찜해두는 나를 발견했다.
신기하네. 감정을 아무리 정의해봐도 다시 미궁에 빠지는 겨울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