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엊그제 갓 팔로우한 님과
님의 글, 그리고
님의 댓글을 읽으며 스팀잇에 가입한지 아직 한달도 되지 않은 뉴비일 때, 스스로에게 이런 이야기 한 번 쯤 해두어야할 것 같아 쓰는 글입니다. 블록체인에 이리 새겨 놓으면 평생 초심을 붙잡(히)고 살 수 있겠지요?
내가 스팀잇을 시작한 이유
아르헨티나 방구석에서 가끔 혼자 글을 쓰고 좋아하다가 그것을 본 룸메이트의 강요와 같은 추천으로 Steemit 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것도 보고, 사람구실도 좀 하라는 뜻이었지요. 제가 처음 한 말은 I don't write for money! 였습니다. 돈을 따르게 되면 내가 쓰고자 하는 것보다 남이 원하는 글을 써야할테고 무엇보다 자식같은 제 글이 외면당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글을 잘 써야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쓰는 훈련을 하기 위해 스팀잇에 왔습니다. 극복하기 힘든 문제가 생겨 10년째 하던 본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바람에 30대 중반에 다시 진로를 고민하던 중, 늘 좋아해왔던 글쓰기로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지요. 스팀잇의 고수들을 보며, 그리고 넘어지고 구르는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저도 언젠가 글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 지 모르니까요.
스팀잇을 그만두려고 했던 이유
저는 핸드폰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5년째 공기계만 가지고 있습니다. SNS 도 하지 않고 블로그도 비공개 일기만 써오던 수준입니다. 그런 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한국인 친구 하나 없습니다. 그동안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고,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이 고독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스팀잇은 제가 멀리하던 모든 것의 집합소였네요. 어디 한 군데 얽매이거나 타인과 비교하는 삶이 싫어 나홀로 섬에 들어와 비로소 자유를 누리게 되었는데 스팀잇을 시작한 뒤로 제 일상이 무너지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밤을 새우고 공을 들여 글을 써도(이것은 제가 느리고 컴맹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얼마나 빨리 묻혀버리는 지, 읽어주는 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 쓴 글은 삭제를 해버렸지요. 그동안 시대에 뒤처진(?) 삶을 살았기에 이 빠른 속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다른 이들 글의 보상금액, 댓글 수를 보며 상대적으로 느끼는 초라함과 외로움, 자괴감도 싫었습니다. kr-join 에 올린 소개글조차 동시에 올라온 다른 분들의 소개글에 비해 보상액이 눈에 띄게 낮았을 때, 나는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스팀잇을 계속 하는 이유
첫째, 참 나약하고 진부하게도 다른 스티미언님들의 도움과 관심 덕분이네요. 우선 님 덕분에 kr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고
님의 글을 읽고 스팀잇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님과 댓글로 소통하며 희망을 보았고 스팀잇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님을 보며 자극을 받았으며
님의 뉴비를 위한 조언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님의 그림이 보고 싶어서라도 스팀잇에 들어왔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풀에 지칠 무렵, 님의 뉴비를 위한 프로젝트를 만났습니다. 일주일동안 매일 찾아와 댓글&보팅 해주시는데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아무렇게나 쓸 수도 없더군요. 해외스티미언을 응원하시는
님도 날마다 글을 읽어 주시고 글 소개까지 해주시니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은 제가 이제까지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I don't write for money!라던 제가 보여주기식 글쓰기만 하고 있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외면받을 용기를 내어 제 식대로 글을 쓴 뒤 Post 버튼을 누르고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첫 댓글을 달아주신
님의 따뜻한 한마디에 이거면 충분하다는 행복을 느꼈고, 아낌없는 칭찬과 제 첫 리스팀을 해주신
님 덕분에 호랑이 기운을 얻었습니다.
님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난 분이 제 글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온정을 주시니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데, 주책맞게 울컥해지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적응해나가는 25일짜리 뉴비가 벌써부터 Thanks to 를 쓰는 것도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스팀잇에서 좋은 글과 컨텐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시고 감탄하게 만드는 님과
님,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시는
님, 우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시는
님, 문학적인 글을 써주시는
님, 정성이 담긴 그림을 올려주시는
님, 돈 버는 법 알려주시는
님, 사진 경험을 정성껏 공유하시는
님, 스팀잇 영어선생님
님, 바둑 과외선생님
님, 초성퀴즈로 활기를 주시는
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주시는
님,
님, 멋진 여행기 써주시는
님,
님과 아.. 이 또한 너무 많아 다 쓸 수가 없군요. 댓글로 소통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가 만나지 못한 글과 스티미언이 훨씬 많다는 것이 스팀잇의 매력인듯 합니다.
셋째, 보람과 보상이 있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 공감하며 댓글 달아주시는 분, 잘했다 혹은 기운내라 보팅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글 쓴 보람이 있지요. 그러니 이제는 보상액이 적거나 설령 조회수가 없더라도 글 하나 완성했다라고 스스로 격려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더이상 전처럼 외롭지 않고 스팀잇의 속성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코인시장이나 주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스팀달러가 생기면 기쁘긴 한데 어떻게 쓰는 건지는 아직 모릅니다. 서둘러 공부해야겠지만 새로운 문물을 갑자기, 한꺼번에 받아드리는 중이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글 말미에 항상 달아놓듯이 댓글/보팅/리스팀은 저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모든 스티미언들에게 그렇듯이요.
이 글은 제가 아직 뉴비라서 쓰는 것입니다. 나중에 읽으면 지우지도 못하고 창피해서 이불킥을 하겠지만(벌써 한숨이 나네요) 다시 위기가 찾아오거나 혹시 초심을 잃었을 때 지금 이 시절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언급한 분들 가운데엔 제 존재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고래 분들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Steemit 과 Kr 커뮤티니, 제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글을 읽다가 본인 언급에 쟤 뭐야?하는 분들도 계실까봐 쓰면서도 손에 땀이 나네요. 말씀해주시면 바로 지우겠습니다.
모든 스티미언이 한 식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배를 탔다고는 생각합니다. 조종석, 1등석, 3등석, 짐칸 뭐 앉은 자리야 다 다를테고 그 자리는 노력과 투자에 의해 바뀔 수도 있겠지요. 다만 스팀잇이 방향을 잃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무사히 운항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멀미난다고 중간에 바다로 뛰어내리지 않기를 바라고요.
혼자만의 철옹성에 살고 있던 제게 창문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세상을 배우고 소통하게 되었지만 창문에 비칠 제 모습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